분류 전체보기35 국립5·18민주묘지, 오월 영령을 기억하는 참배길 1. 망월동에서 국립묘지까지, 44년의 기다림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에 자리한 국립5·18민주묘지는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이들이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 처음부터 이 자리가 국립묘지였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희생자들은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임시로 안장되었는데, 당시 군부 정권 아래에서 이 묘역은 오랫동안 공식적인 추모와 기억이 허용되지 않는 억압된 공간이었습니다. 민주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5·18의 역사적 의미가 공식적으로 재평가되면서, 1997년 새롭게 조성된 국립5·18민주묘지에 희생자들이 이장되었고 이 공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망월동 구묘역은 현재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두 공간을 함께 돌아보면 1980년에서 오늘에 이르는.. 2026. 7. 22. 전일빌딩245, 총탄 흔적이 새겨진 5·18의 벽 앞에 서다 1.245개의 흔적, 총탄이 새긴 역사의 증언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자리한 전일빌딩은 1968년에 준공된 10층짜리 건물로, 한때 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상업·언론의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건물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화려했던 상업적 전성기 때문이 아닙니다. 2019년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 외벽과 내부 곳곳에서 발견된 245개의 탄흔(彈痕) 때문입니다. 이 탄흔들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에 의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건물의 이름도 '전일빌딩245'로 새롭게 명명되었습니다. 245라는 숫자는 단순한 건물 번지수가 아니라, 그날의 진실을 담은 증거의 수입니다.탄흔이 발견되기 전까지 이 건물은 노후화를 이유로 철거 논의가 이어지던 상태였습니다... 2026. 7. 22.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나주역에서 이어진 불꽃의 종착지 1. 나주역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 광주에서 거대한 함성이 되다1929년 10월 30일, 나주역 통학열차 안에서 벌어진 일본인 학생들의 한국인 여학생 희롱과, 이에 항의한 한국인 학생들에 대한 편파적 처벌은 당시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와 분노를 남겼습니다. 이른바 ‘나주역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단순히 학생들 사이의 싸움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조차 차별받는 식민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곧 광주로 전해졌고, 광주 각 학교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퍼졌습니다.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지 나흘 뒤인 1929년 11월 3일, 일본 메이지 천황의 생일을 기념하는 명치절 행사에 동원된 광주의 한국인 학생들은 거리에 나와 일제의 차별 교육.. 2026. 7. 21. 나주 출신 독립운동가, 잊혀진 이름들을 기억하다 1. 전국사에서 빠진 한 칸, 나주라는 지역 단위로 다시 보는 독립운동학교에서 배우는 독립운동사는 대개 서울의 3·1운동, 상하이 임시정부, 중국·만주 무장투쟁, 광복군과 같은 굵직한 사건과 조직을 중심으로 서술됩니다. 이런 서술은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지역과 개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배제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독립운동의 주역은 특정 도시의 몇몇 영웅이 아니라, 전국 각 고을과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앞선 글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나주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나주성이 끝까지 함락되지 않은 방어의 현장이었고, 1929년 나주역 사건을 통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불씨를 제공한 도시였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이 .. 2026. 7. 21. 백호 임제, 나주가 낳은 조선의 자유로운 영혼 1. 틀에 갇히기를 거부한 천재, 백호 임제의 생애조선 중기, 엄격한 성리학적 질서가 지배하던 사회에서 이단아처럼 자유롭게 살다 간 문인이 있습니다. 바로 나주가 낳은 천재 문장가, 백호(白湖) 임제(林悌)입니다. 임제는 16세기 중반 나주 다시면 회진리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며, 뼈대 있는 양반 가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벼슬길에 얽매이기보다는 전국을 유람하며 시와 풍류를 즐겼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높은 관직을 지냈기에 그 역시 자연스럽게 출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임제는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도 관직 생활에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당파 싸움이 격화되던 조정의 현실에 환멸을 느꼈고, 그보다는 산천을 떠돌며 시를 짓고 기생들과 어울리며 호방하게 살아가는 것을 택.. 2026. 7. 21. 빛가람혁신도시, 이주민의 시선으로 마주한 천 년 나주의 매력 1. 허허벌판에서 첨단 도시로 – 낯선 땅에 뿌리내린 새로운 삶전라남도 나주의 지도를 펼쳐보면, 오랜 역사를 품은 원도심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된 거대한 신도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이 이전하며 허허벌판이던 농경지 위에 새롭게 조성된 '빛가람혁신도시'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공공기관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이 도시에는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수만 명의 인구가 새롭게 유입되었습니다. 나주라는 도시와 특별한 연고가 없던 사람들이 직장을 따라, 혹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대거 이주해 오면서 나주의 인구 지형과 문화적 토양은 유례없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초기 이주민들에게 나주는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2026. 7. 20. 이전 1 2 3 4 5 6 다음